안녕하세요, 씨앗님들 🌱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게요.
식물 관리법도, 자격증 소식도 아닌
그냥 제가 정원을 가꾸면서 생각하는 것들이에요.

정원에는 마감이 없어요.
디자인 일을 할 때는 항상 마감이 있었어요.
클라이언트가 기다리고, 결과물이 있고, 완성의 순간이 있었어요.
잘 됐는지 못 됐는지 비교적 빠르게 알 수 있었고요.
정원은 달라요.
심고 나면 기다려야 해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어요.
잘 되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도 없어요.
그냥 매일 자주 들여다보고 살펴볼 뿐이에요.
처음엔 그게 불편했어요.
지금은 그게 좋아요.
아침에 정원에 나가는 시간이 있어요.
매일 아침 정원에 나가요.
어제 없던 봉오리가 생겼나, 잎 색이 달라졌나,
새로 올라온 새싹이 있나.
이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이에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그냥 보면 되는 시간.
번아웃이 심했던 때도 이 시간은 있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마당에 나가는 건 됐어요.
왜 그랬는지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죠.
정원은 저한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거든요.
그냥 있으면 됐어요.
식물은 빠르게 자라지 않아요.
델피늄이 꽃대를 올리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수국이 첫 꽃을 피우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기다려야 아는 것들이에요.
그 기다림이 불안하지 않아요.
오히려 안심이 돼요.
이 식물들은 제가 조급하다고 빨리 자라지 않아요.
제가 걱정한다고 꽃이 일찍 피지도 않아요.
그냥 자기 속도로 자라요.
저도 그래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정원을 가꾸는 사람의 시간은
세상의 속도와 조금 달라요.
느리고, 반복적이고, 불확실해요.
그래도 매일 나가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어요.
그 무언가가 뭔지 아직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워요.
농학을 공부하고 원예치료를 배우면서
조금씩 언어가 생기고는 있는데,
언어가 생기기 전부터 먼저 몸이 알았어요.
정원이 저를 회복시킨다는 것을.
씨앗님들은 어떤 시간이 그런 시간인가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냥 있어도 되는 시간.
그게 정원이 아니어도 좋아요.
그런 시간이 삶에 있다면, 그걸 소중히 여기시길 바라요.
저는 그 시간이 정원이어서 운이 좋은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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