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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 사회복지 심리학 학습노트/우리 식물 이름 속 역사

영어 이름 속 Japan, 우리 식물의 국제명 문제

by ChoaBloom 2026. 9. 1.

안녕하세요, 씨앗님들 🌿

 

✔ 2022년, 국립수목원은 한반도 자생식물 20종의 영어 이름에서 'Japan'이 들어간 명칭을 수정했어요.

✔ 그중에는 'Spined Japanese thistle → Spined Korean thistle',

    'Japanese honey locust → East Asian honey locust'처럼 실제로 이름이 바뀐 사례도 있습니다.

✔ 2015년부터 시작된 이 작업은 지금도 우리 식물의 영어 이름을 정리하고, 국제적으로 알리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이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던졌던 질문, 기억하시나요?
"왜 우리 식물의 이름에는 일본을 뜻하는 말이 남아 있을까?"

소나무·단풍나무 등 우리 식물의 영어 이름표를 정리하는 몽글이와 포티, 영어 이름 속 Japan 우리 식물의 국제명 문제 안내

 

소나무는 한때 Japanese red pine으로 불렸고,
때죽나무의 학명에는 japonicus가 들어갑니다.
단풍나무는 영어 이름으로 Japanese maple,
또는 smooth Japanese maple이라는 이름이 사용되고요.
섬벚나무의 학명에는 아예 takesimensis가 들어 있습니다.

 

25편을 지나오면서 하나씩 만났던 이 이름들을
오늘은 잠시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려고 합니다.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요?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도 있습니다.
지금은 이 이름들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요?

 

🍁 이 시리즈에서 만난 'Japan' 관련 이름들

지금까지 다룬 식물들을 다시 모아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보입니다.

식물  관련된 이름 확인되는 사실
소나무 Japanese red pine Pinus densiflora는 Siebold & Zucc.가 1842년 발표
때죽나무 Styrax japonicus 종소명에 japonicus가 들어 있음
단풍나무 Japanese maple  
smooth Japanese maple Acer palmatum은 Thunb.가 1784년 발표  
섬벚나무 Prunus takesimensis 1918년 Nakai가 발표, 'Takeshima'에서 유래한 종소명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어요.
이 이름들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것은 영어 이름에 일본을 뜻하는 말이 들어간 경우이고,
어떤 것은 학명의 종소명에 일본을 뜻하는 단어가 들어간 경우입니다.
또 어떤 이름은 일본에서 식물이 처음 알려졌거나
일본의 지명이나 연구자와 관련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Japan'이라는 글자가 들어갔다고 해서
모든 이름이 똑같은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차이를 구분해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렇다면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요?

그 배경에는 근대 식물학이 형성되던 시기의
동아시아 식물 연구와 정보 유통 경로가 있습니다.

 

18~19세기 유럽의 식물학자들이 동아시아 식물을 연구할 때
한반도의 식물을 직접 조사하고 표본을 확보할 기회는 제한적이었습니다.
반면 일본은 서양과 비교적 일찍 교류하면서
동아시아 식물에 관한 정보와 표본이 서양 학계로 전달되는
중요한 경로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국립수목원 역시 2015년 영어이름 목록집에서
소나무가 'Japanese red pine'으로 불리게 된 배경을
한반도가 소나무 분포의 중심임에도 일본의 소나무가
서양에 먼저 알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20세기 초 일본 식물학자들의 한반도 식물 조사와 분류 작업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 식물학자들이 한반도의 식물을
대규모로 조사하고 학계에 보고하면서
우리 식물의 학명과 관련 자료에 일본의 지명이나
일본 식물학자들의 이름이 남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 과정은 우리 식물의 이름에 일본과 관련된 흔적이
많이 남게 된 역사적 배경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이름이 '일본이 우리 식물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바꿨기 때문에 생겼다'고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식물 이름에는 당시의 연구 경로, 표본의 유통,
최초 발견과 발표 과정, 국제적인 명명 관행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국립수목원이 나섰습니다

여기서 반가운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국립수목원은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식물분류학회와 함께
「한반도 자생식물 영어이름 목록집」을 처음 발간했습니다.
우리 식물의 영어 이름을 정리하고
국제사회에 우리 식물의 정체성을 알리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당시 국립수목원은 한반도 자생식물의 영어 이름을 대대적으로 검토했고,
특산식물은 한국이 원산지임을 알 수 있도록 이름을 정리했습니다.
우리 문화와 생활에 밀접한 식물이나
특산식물의 경우에는
한글 이름을 그대로 영어로 옮기는 방식도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소나무입니다.
기존의 Japanese red pine이라는 이름을
Korean red pine으로 바꾸었습니다.

 

단풍나무 역시 Japanese maple → Palmate maple로 제안됐고,
섬벚나무는 Takeshima flowering cherry → Ulleungdo flowering cherry로 바뀌었습니다.
같은 시기, 학명에 타케시마가 들어있던 섬광대수염과 울릉장구채도
각각 Ulleungdo deadnettle, Ulleung silene라는 이름을 새로 얻었고,
섬초롱꽃은 Korean bellflower라는 영어 이름을 처음으로 갖게 됐습니다.

 

이 밖에도 광릉요강꽃, 동백나무, 두릅나무, 산딸나무 등
여러 식물의 영어 이름이 새롭게 제안됐습니다.

 

🎯 그리고 2022년, 또 한 번의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2015년 초판 이후 7년이 지난 2022년 2월 28일,
국립수목원은 「한반도 자생식물 영어이름 목록집」 개정판을 발간했습니다.

 

이번 개정판에는 새롭게 한반도 자생이 확인된 450종이 추가됐고,
전체적으로 3,915분류군의 자생식물 영어 이름이 정리됐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20종의 영어 이름이 수정됐습니다.

 

특히 한반도가 해당 식물의 분포 중심인데도
일본 국가명이 들어가 있거나,
여러 나라에 널리 분포하는데도 일본만 특정해 표시한 경우 등이
수정 대상이 됐습니다.

 

🌿 실제로 어떤 이름이 바뀌었을까요?

몇 가지 사례를 볼까요?

 

가시엉겅퀴
기존 Spined Japanese thistle에서 변경 Spined Korean thistle로.
'Japanese'를 'Korean'으로 바꾼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주엽나무
기존 Japanese honey locust에서 변경 East Asian honey locust로.
이 경우에는 단순히 'Japanese'를 'Korean'으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주엽나무가 한국에만 분포하는 식물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넓은 분포를 반영해 East Asian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국립수목원의 기준은 단순히 "Japan을 빼고 Korea를 넣자"가 아니었습니다.
식물의 실제 분포와 특징을 살펴
보다 적절한 이름을 제안하는 것이었죠.

 

2022년에 바뀐 이름들을 좀 더 보면요.

 우리 식물  기존 영어 이름  변경된 영어 이름
물부추 Japanese quillwort East Asian quillwort
산비늘고사리 Japanese shield fern East Asian shield fern
모밀잣밤나무 Japanese chinquapin East Asian chinquapin
생달나무 Japanese camphor tree Hardy camphor tree
비쭈기나무 Japanese cleyera Bird claw cleyera
주엽나무 Japanese honey locust East Asian honey locust
매듭풀 Japanese clover Knot clover
가시엉겅퀴 Spined Japanese thistle Spined Korean thistle
개엉겅퀴 Japanese thistle East Asian thistle
억새아재비 Small Japanese silvergrass Small East Asian silvergrass

 

이처럼 변경 방향도 다양합니다.
Korean으로 바꾼 경우도 있고,
East Asian으로 넓힌 경우도 있으며,
식물의 특징을 반영해 전혀 다른 이름을 제안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작업을 단순히 '일본이라는 단어를 지우는 작업'이라고만
이해하기보다는, 우리 식물의 실제 분포와 특징에 맞게
영어 이름을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 특산식물에는 우리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어요

이번 개정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한반도에만 분포하는 특산식물이나
우리 문화·생활과 밀접한 식물의 경우에는
한글 이름을 영어권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글 발음을 그대로 로마자로 옮기는 방식도 활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 목록집에서는 개나리, 냉이, 쑥 등 330종을
우리말 그대로 영어로 옮겨 Gaenari, Naeng-i, Ssuck 등으로 제안했고,
새롭게 제안된 이름 가운데에는 Baekdu clubmoss처럼
우리 지명을 활용한 이름도 있습니다.한국 특산식물에는 Korean forest poppy(매미꽃)처럼
Korean을 활용한 이름도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것을 넘어
우리 식물이 어디에서 살아왔는지를
이름에서도 보여주려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그런데 학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에서 영어 이름과 학명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Styrax japonicus의 japonicus나
Prunus takesimensis의 takesimensis 같은 학명은
영어 이름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학명은 국제적인 식물 명명 규칙에 따라 관리되며
국가가 임의로 원하는 이름으로 바꾸는 방식이 아닙니다.

 

반면 영어 이름은 학명처럼 전 세계에서
하나의 명칭만을 강제하는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기관이나 학계에서 더 적절한 이름을 제안하고
사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이번 이야기를 "학명을 우리 마음대로 바꾸자"라는 문제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핵심은 영어 이름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에 있습니다.

 

🌿 그렇다면 지금도 모든 이름이 바뀌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번 2022년 개정판에서 이름이 수정된 것은 20종입니다.
따라서 이 시리즈에서 살펴본 모든 'Japan' 관련 이름이
한꺼번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Japanese maple 같은 이름은
여전히 영어권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다만 국립수목원은 이미 2015년 목록집에서
우리나라 단풍나무의 영어 이름으로 Palmate maple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이름을 바꾸는 일은 한 번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새로운 이름을 제안하는 것과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이름이 실제로 바뀌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국립수목원은 2022년 개정판을 국내에서만 사용하는 자료로 두지 않고,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와 해외 공관 등에
관련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새롭게 제안된 영어 이름은 국가표준식물목록과 연계하고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을 통해 검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즉, 이름을 새로 정하는 것 → 국내 목록에 반영하는 것 →
국제적으로 알리는 것까지 이어져야
실제로 이름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겁니다.

 

🍁 25편을 지나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는
식물 이름 하나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왜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식물인데 이름에는 일본이 들어가 있을까?

 

소나무를 만나고, 때죽나무를 만나고,
단풍나무를 만나고, 섬벚나무를 만나면서
그 이유가 하나의 이야기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어떤 이름에는 식물이 처음 서양에 알려진 경로가 있고,
어떤 이름에는 일본에서 이루어진 식물 조사와 연구의 역사가 있고,
어떤 이름에는 당시의 지명과 분류학적 관행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들은 10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2022년 국립수목원의 개정판은 그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가시엉겅퀴는 Spined Japanese thistle에서 Spined Korean thistle이 되었고,
주엽나무는 Japanese honey locust에서 East Asian honey locust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단어 하나를 지우는 일이 아닙니다.
식물의 실제 분포와 정체성에 맞는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름을 되찾는다'는 말을 이렇게 생각해요.
무조건 다른 나라 이름을 지우고 우리 이름을 넣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식물이 실제로 어디에 분포하는지 정확하게 살펴보고,
그 식물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고,
역사적으로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확인하고,
현재에 더 적절한 이름이 있다면 새롭게 제안하는 것.
그 과정 자체가 우리 식물을 제대로 알아가는 일이 아닐까요?

 

처음에는 "왜 우리 꽃에 일본 이름이 남아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25편을 지나고 나니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집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식물을 어떤 이름으로 부르고 있을까?"
그리고 "그 이름은 식물의 실제 모습과 분포를 제대로 이야기하고 있을까?"

 

앞으로 식물을 만날 때 이 질문을 한 번씩 떠올려보면 좋겠습니다.

 

씨앗님들은 어떤 이름이 가장 기억에 남으셨나요?
소나무의 Japanese red pine, 단풍나무의 Japanese maple, 섬벚나무의 Takeshima,
아니면 이번에 이름이 바뀐 Spined Korean thistle이나 East Asian honey locust였을까요?
댓글로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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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이름을 바로 세운다는 것, 우리 꽃 이름 되찾기 (시리즈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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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1. SBS 뉴스, 「우리 식물 영어 이름에 'Japan', 깨끗이 지웠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658297
  2. 산림청 국립수목원, 「한반도 자생식물 영어이름 목록집」
    https://kna.forest.go.kr/kfsweb/kfi/kfs/kna/application/publication/detailForm.do?seq=38536&mainCd=210103&searchCnd=varchar_57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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