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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재배와 마당 가드닝

배추·무·고추 이름이 촌스러운 이유, 종자 네이밍의 원칙

by ChoaBloom 2026. 8. 19.

안녕하세요, 씨앗님들 🌱

 

✔ '불암', '청방', 'CR', 'PR' 같은 촌스러워 보이는 종자 이름엔 사실 품종의 핵심 정보가 압축돼 있어요.

✔ 종자회사가 병 저항성·수확 시기·재배 환경 정보를 이름에 코드처럼 담기 때문이에요.

✔ 이름 속 알파벳과 계절 단어만 읽어도 그 품종의 특징을 절반은 알 수 있어요.

 

씨앗 봉투 이름표를 비교하며 살펴보는 몽글이와 포티, 배추무고추 이름이 촌스러운 이유 종자 네이밍의 원칙 안내

 

얼마 전 도시농부 수업에서 배추 씨앗을 심었어요.

씨앗 봉투를 딱 받아드는데, 품종명이 '천고마비'였습니다.

 

가을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그 사자성어를
배추 이름으로 쓰다니, 딱 봐도 직관적이잖아요.
가을에 잘 자라는 배추라는 뜻이겠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촌스럽다는 생각도 스쳤어요.

 

그런데 그 순간 궁금해지더라고요.
이 이름, 도대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짓는 걸까.
찾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체계적인 세계가 있었습니다.

 

씨앗님들도 종자 구입할때 비슷한 느낌 받으신 적 없으신가요?
'불암배추', '청방무', 'CR황금배추'…
이름이 어딘가 투박하고 촌스럽게 느껴진다는 생각…

 

그런데 이 이름들, 알고 보면 아무렇게나 지은 게 아니었어요.
종자회사가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정보 압축 코드였습니다.

 

🌱 품종명은 누가, 어떻게 정하나

새로운 씨앗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생각보다 정교한 절차를 거칩니다.

 

품종보호제도라는 게 있어요.
새로 육성된 식물 신품종에 상업적 독점권, 즉 품종보호권을 주기 위한 제도인데요.
육성자가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출원서를 내면,
서류심사와 재배심사, 종합심사를 거쳐 등록 여부가 결정됩니다.

 

이때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품종은 하나의 고유한 품종명칭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에요.

 

국립종자원은 품종명칭 출원·심사요령이라는 예규까지 따로 두고 있어요.
이름 하나 짓는 데도 정해진 절차와 기준이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이 작명 작업은 대부분 종자회사 마케팅 부서에서 맡아요.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품종은 외부 공모를 하기도 한다고 하니,
생각보다 훨씬 신중하게 지어지는 이름인 셈이죠.

 

💡 이름 속에 숨은 코드들

배추·무 - CR이 붙으면 뿌리혹병 저항성

 

배추와 무 재배 농가를 오랫동안 괴롭혀온 병이 뿌리혹병이에요.
이 병에 저항성을 가진 품종에는 이름 앞에 'CR'이 붙습니다.
CR황금배추처럼요.

 

제가 심었던 '천고마비' 배추도 찾아보니 이름은 사자성어를 땄지만,
실제로는 뿌리혹병, 바이러스병, 노균병에 강한
복합저항성 김장용 조생종 품종이더라고요.
가을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처럼,
가을에 안정적으로 잘 자라는 배추라는 의미가
이름 안에 담겨 있었던 거예요.

 

'노랑'이나 '황금'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속잎이 노란 품종을 뜻해요.
최근 소비자들이 속이 노란 배추를 선호하면서
이런 이름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노지에서 겨울을 나는 월동 재배 품종에는
'풍', '동'처럼 겨울을 상징하는 단어가 자주 들어가요.

 

고추 - PR이 붙으면 역병 저항성

고추는 연작을 하면 역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데,
이 병에 강한 품종에는 'PR'이라는 코드가 붙습니다.
Phytophthora Resistance, 즉 역병저항성이라는 뜻이에요.

 

수박 - '꿀'이 들어가면 단타원형

스피드꿀, 에이스꿀처럼 '꿀'이 들어간 수박 품종은
원형과 타원형 중간쯤 되는 단타원형계라는 뜻이에요.
당도도 11~12브릭스로, 원형계보다 1~2브릭스 더 높다고 해요.

 

호박 - '애'와 '풋'의 차이

호박 이름 뒤에 붙는 '애'는 원통형으로 길쭉한 호박,
'풋'은 동그란 애호박을 가리켜요.
킹카애, 싱싱애, 장수풋처럼요.

 

상추 - '치마'와 '축면'

적치마, 청치마, 적축면, 청축면…
상추 품종 이름엔 대부분 이 두 단어가 따라붙습니다.
색과 잎 표면의 질감을 함께 담은 이름이에요.

 

치마상추 (치마)
잎이 넓적하고 매끈하게 펼쳐진 모양이 한복의 '치마 자락'을 닮았다고 하여 붙은 우리말 이름이고,
잎 표면의 주름이 적고 매끄러우며 평평합니다. 잎 두께가 비교적 두껍고 힘이 있습어요.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고 잎이 넓어 고기를 싸 먹는 쌈용으로 가장 선호되고, 잎이 단단해 양념을 얹어도 잘 찢어지지 않습니다.

 

축면상추 (縮面)
줄어들 축(縮)에 얼굴 면(面) 자를 써서, '표면이 줄어들어 오그라들었다(주름졌다)'는 뜻의 한자어이고,
잎 가장자리가 파도처럼 물결치고 표면에 글썽글썽한 잔주름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잎이 상대적으로 얇고 부드럽고 연한 식감이 특징이예요. 주름 사이사이로 양념이 잘 베어들기 때문에 상추겉절이, 비빔밥, 샐러드 등에 잘 어울립니다.

 

🎯 왜 이렇게 실용적인 이름이 됐을까

여기서 이 글의 제목이었던 질문으로 돌아가 볼게요.
왜 종자 이름은 예쁘고 세련된 대신, 이렇게 투박하고 정보 위주로 지어졌을까요.

 

답은 간단해요.

농가에게 필요한 건 아름다운 이름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였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는 분들에게 씨앗을 고르는 일은 곧 한 해 농사의 성패가 걸린 선택이에요.
병에 강한지, 언제 수확할 수 있는지, 어떤 환경에 맞는지.
이런 정보가 이름 안에 압축돼 있으면
포장지만 보고도 빠르게 판단할 수 있거든요.

 

종자회사가 대표 단어(CR, PR, 꿀, 치마 등)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예요.
이미 시장에서 인지도가 쌓인 단어를 쓰면
농가의 구매 결정을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 세계 기준과 맞닿아 있는 이유

이 체계가 국내에서만 통하는 임의적인 방식은 아니에요.

 

국립종자원은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 즉 UPOV의 심사 기준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작물별 특성조사기준을 계속 정비하고 있어요.
UPOV는 식물 신품종 육성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국제기구인데, 한국은 2002년 1월에 가입했습니다.

 

국립종자원은 지금까지 426개 작물에 대한 특성조사기준을 만들어 왔고,
매년 신규 출원 작물과 국제기준 반영 작물을 대상으로
기준을 계속 개정하고 있어요.

 

즉, 우리가 보는 씨앗 봉투의 이름 하나하나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품종 관리 체계 위에서
정교하게 다듬어진 결과물인 거예요.

 

🌱 이름을 읽으면 보이는 것들

농학을 공부하면서 새삼 느끼는 게 있어요.
겉보기엔 아무 의미 없어 보이던 것들도
알고 나면 전부 이유가 있다는 것이요.

 

'촌스럽다'고 느꼈던 그 이름들이,
사실은 농가를 위해 만들어진 가장 실용적인 언어였던 거죠.
이름 하나에 병 저항성, 수확 시기, 재배 환경까지
압축해서 담아낸 셈이니까요.

 

다음에 씨앗 봉투를 볼 때는
이름 속 알파벳 하나, 단어 하나가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지
한번 유심히 살펴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씨앗님들은 씨앗 봉투 이름에서
이런 코드를 눈치채신 적 있으신가요? 댓글로 나눠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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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2026년 8월 현재 기준)

  1. 농민신문, 「'아! 그렇구나' 농작물 품종명의 비밀」
    https://www.nongmin.com/article/20160621006324
  2. 국립종자원, 「품종보호출원 안내」
    https://www.nifs.go.kr/portal/pcon0000170/systA/actionConts.do
  3. 국가법령정보센터, 「품종명칭 출원·심사요령」, 국립종자원예규 제182호
    https://www.law.go.kr/LSW/admRulLsInfoP.do?admRulSeq=2100000219634
  4. 충청북도농업기술원, 「배추 재배기술 — 품종명 특성」
    https://ares.chungbuk.go.kr/home/sub.php?menukey=1159
  5. 농우바이오, 「8월 추천 품종 — 천고마비 배추」
    http://newsam.co.kr/mobile/article.html?no=34638

본 글에서 인용된 모든 자료의 출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