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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학 사회복지 심리학 학습노트/우리 식물 이름 속 역사

왜 우리 꽃에 일본 학명이 남았나

by ChoaBloom 2026. 7. 15.

요며칠 열대야가 계속 되었어요.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공기가 식지 않아요. 창문을 열어봐도 소용없고, 선풍기 바람마저 미지근해요.
이런 밤엔 시원한 걸 찾아 헤매게 되는데, 오늘은 책상 앞에 앉았어요.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려고요.
 
우리 꽃 이름에 왜 일본 사람 이름이 붙어 있을까요?
 
이 질문 하나로 시작할게요.
 
한국에서만 자라는 고유종인데, 학명을 열어보면 낯선 이름이 있어요.
누군가의 성(姓)이거나, 일본식 지명이거나. 우리 산에서만 피는 꽃인데, 이름은 우리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아요.
 
이 연재는 그 이유를 하나씩 따라가는 여정이에요.

오래된 식물도감을 스탠드 불빛 아래 들여다보는 몽글이와 포티, 우리 식물 이름 속 역사 왜 우리 꽃에 일본 학명이 남았나 안내

 

국명과 학명, 두 개의 이름

식물마다 이름이 두 개예요.
 
하나는 국명. "금강초롱꽃"처럼 우리가 부르는 한글 이름이에요. 다른 하나는 학명. 라틴어로 쓰인 국제 공식 이름이에요.
국명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바뀔 수 있어요.
하지만 학명은 국제식물명명규약이라는 규칙 아래 먼저 등록한 사람의 표기가 원칙적으로 영구히 남아요.
 
이 원칙을 선취권(先取權, Priority) 이라고 해요. 누가 먼저 학계에 보고했는지가 이름을 결정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 "먼저"라는 조건이, 우리 역사에서는 아픈 시기와 겹쳐요.
 

왜 하필 그 시기였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서양과 일본의 식물학자들이 한반도에 몰려들었어요.
자생식물을 채집하고, 표본을 만들고, 학계에 보고했어요.
 
이 시기 한반도 식물 연구를 사실상 독점한 인물이 있어요.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
일본 식물학자로, 조선총독부의 지원을 받아 한반도 전역의 식물을 조사하고 명명했어요.
 
그가 명명한 식물의 학명에는 지금도 Nakai, takesimense(다케시마), Hanabusaya(하나부사) 같은
일본과 관련된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이름이 바뀌지 않는 이유

여기서 자연스러운 질문이 생겨요. "그럼 지금이라도 이름을 바꾸면 되지 않나요?"
 
답은, 안 돼요.
학명은 국제식물명명규약의 선취권 원칙 때문에 공식적으로 바꿀 수 없어요.
한 번 등록된 학명은, 그 이름을 붙인 사람이 누구든, 어떤 배경이든 학술적으로는 그대로 유지돼요.
 
이건 이름을 정당화하자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래서 더 중요해요.
바꿀 수 없다면, 최소한 그 이름 속에 담긴 역사는 알아야 하니까요.
이름이 바뀌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건 아니에요.
 
2025년 8월, 흥미로운 소식이 있었어요.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의 이름으로 발표됐던 '민생열귀나무'의 학명이, 한국 최초의 식물분류학자 정태현(鄭台鉉, 1882~1971) 박사의 이름으로 복원됐어요.
 
정태현은 나카이의 조교로 일하며 가혹한 처우를 견뎌야 했던 인물이에요. 그런데도 광복 이후 한국 식물학의 기초를 세운 학자가 됐어요. 그의 이름이 백 년 가까이 지나 학명에 새겨진 거예요.
 
모든 이름을 되찾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런 사례가 하나씩 쌓이고 있다는 것, 그게 이 연재를 시작하는 또 다른 이유예요.
 

이 연재가 하려는 것

이름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달라요.
금강초롱꽃의 학명 Hanabusaya asiatica를 그냥 외우는 것과, 그 이름에 조선 침략에 관여했던 인물의 이름이 들어있다는 걸 아는 것은, 같은 꽃을 완전히 다르게 보게 만들어요.
 
이 연재에서는 이렇게 진행할 거예요.
먼저 대표 식물들을 하나씩 깊게 들여다볼게요.
금강초롱꽃, 소나무, 구상나무, 은행나무 같은 익숙한 이름부터 낯설지만 우리 고유종인 식물들까지.
 
그 사이사이, 역사편에서는 나카이라는 인물, 국명과 학명의 간극, 이름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다룰 거예요.
농학을 공부하면서, 그리고 매일 마당에서 식물을 돌보면서 이 이름들이 그냥 라틴어 나열이 아니라는 걸 점점 더 느끼고 있어요.
 
열대야가 시작된 이 여름, 첫 회를 이렇게 열어요.
다음 편에서는 금강초롱꽃을 자세히 들여다볼게요.
씨앗님은 우리 식물 이름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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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금강초롱꽃 완벽 정리 - 학명에 하나부사가 남은 한국 고유종

 

📚 참고자료

  1. 국제식물명명규약(ICN), 「선취권 원칙(Principle of Priority)」
  2. 위키백과, 「나카이 다케노신」
  3. 국립수목원, 「특산식물은 생물주권의 최우선 고려대상」
  4. 위키백과, 「정태현」

본 글에서 인용된 모든 자료의 출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