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미 브랜드, 데이비드 오스틴 시리즈 1편
어떤 장미를 검색해도 한 번쯤은 마주치게 되는 이름이 있어요.
데이비드 오스틴(David Austin Roses).
웨딩 플로리스트의 인스타그램에도, 정원 가꾸기 유튜브에도, 고급 꽃집 쇼케이스에도. 어디서나 등장하는 이 이름은 단순한 브랜드가 아니에요. 한 사람의 평생에 걸친 집착과 사랑이 만들어낸 장미 세계의 역사입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처음부터 들려드릴게요.

📖 데이비드 오스틴은 누구인가
데이비드 찰스 헨쇼 오스틴 OBE VMH (David Charles Henshaw Austin, 1926년 2월 16일 - 2018년 12월 18일)는 영국 슈롭셔(Shropshire)에서 평생을 살았던 영국의 장미 육종가이자 작가입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건 92세였지만, 그가 남긴 장미들은 지금도 전 세계 정원에서 피어나고 있어요.
농부의 아들, 장미에 빠지다
슈롭셔 시골에서 자란 데이비드 오스틴은 어린 시절부터 식물에 대한 열정을 키웠어요. 하지만 꽃에 진짜 불을 지핀 건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Gardens Illustrated」라는 잡지였죠.
선생님의 격려로 새로운 열정을 키우게 된 그는, 아버지의 농장 이웃에 살던 화훼 육종가 제임스 베이커의 농원을 드나들며 눈을 뜨게 됩니다.
"새로운 품종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
그 꿈이 구체적으로 자리 잡은 건 21번째 생일, 누나에게 선물받은 책 한 권 덕분이었어요.
A.E. 버냐드(A.E. Bunyard)의 책 Old Garden Roses를 선물받은 그날, 데이비드 오스틴은 장미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문제는 아버지였어요. 농업을 실용적인 관점으로만 바라보던 아버지는 꽃 육종이라는 "비실용적인 세계"로 아들이 뛰어드는 걸 달갑게 여기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의 열정은 막을 수 없었습니다.

🌹 그가 꿈꾼 장미 - 올드로즈와 현대장미의 결혼
당시 장미 시장은 하이브리드 티(Hybrid Tea) 계열이 주류였어요. 색깔도 선명하고, 꽃 모양도 뾰족하고, 사계절 반복 개화도 되는 '모던 로즈'의 시대였죠.
그런데 데이비드 오스틴은 이 장미들에서 뭔가 빠진 게 있다고 느꼈어요.
향기. 그리고 영혼.
갤리카(Gallica), 다마스크(Damask), 알바(Alba) 같은 올드 가든 로즈들은 꽃잎이 풍성하고 향기가 깊었지만, 한 번만 피고 지는 일계성(一季性)이 치명적인 단점이었어요.
그는 생각했습니다.
"올드로즈의 아름다움과 향기. 거기에 현대 장미의 반복 개화와 다양한 색상을 더하면 어떨까?"
1950년대 초, 데이비드 오스틴은 올드 가든 로즈의 향기와 형태, 품격을 현대 장미의 사계절 반복 개화 습성 및 다양한 색상 범위와 결합하려는 열망으로 장미 육종을 취미로 시작했습니다.
🕰️ 첫 번째 성공 - Constance Spry (1961)
오스틴이 처음으로 상업적으로 선보인 장미는 1961년에 출시된 'Constance Spry'로, 아름다운 핑크빛 덩굴장미였습니다.
그런데 장미 업계의 반응은 냉담했어요.
"한 번만 피잖아요. 요즘 누가 이런 걸 사요?"
하지만 데이비드 오스틴은 굴하지 않았습니다. 업계를 통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고, 올드로즈의 낭만을 그리워하던 사람들은 열광적으로 반응했어요.
🏠 데이비드 오스틴 로지스 설립 (1969)
1969년, 오스틴은 슈롭셔 알브라이튼(Albrighton)의 가족 농장에 데이비드 오스틴 로지스를 상업 묘목장으로 설립하고, 그의 반복 개화 하이브리드를 '잉글리시 로즈(English Roses)'라는 이름으로 정식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장미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의 탄생이었습니다.
🏆 첫 번째 대돌파 - Graham Thomas (1983)
작은 묘목장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결정적 순간이 찾아온 건 1983년 **RHS 첼시 플라워 쇼(Chelsea Flower Show)였어요.
데이비드 오스틴은 1983년 첼시 플라워 쇼에서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멘토였던 원예가의 이름을 딴 'Graham Thomas'(Ausmas)를 포함한 잉글리시 로즈 세 품종을 처음으로 선보였습니다. 언론과 대중의 반응은 압도적이었고, 그는 이 장미를 잉글리시 로즈의 인지도와 성공에 가장 크게 기여한 품종으로 꼽았습니다.
황금빛 노란 꽃잎, 올드로즈처럼 풍성한 꽃잎 배열, 그리고 사계절 반복 개화. 세상은 이런 장미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듬해부터 첼시 플라워 쇼에서 첫 번째 금메달을 수상하기 시작했고, 데이비드 오스틴 로즈 가든은 방문객들에게 빠질 수 없는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 장미 한 송이의 시간 - 9년
데이비드 오스틴의 장미 육종 과정은 단순히 씨앗을 심고 기다리는 일이 아니에요.
수분(pollination)부터 판매까지, 새로운 장미 한 품종을 만드는 전 과정은 9년이 걸립니다. 출시되는 품종 하나당, 약 120,000개의 유일한 장미를 연구를 위해 재배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매년 선보이는 3~4종의 새 품종 뒤에는 수십만 개의 이름 없는 장미들이 있었던 거예요.
"350,000개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다. 아직 아무도 본 적 없는 꽃들이." — David C. H. Austin
📚 문학을 사랑한 육종가
데이비드 오스틴의 장미 이름들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있어요.
품종들은 그의 가족, 유명 장미 전문가, 영국의 지리적 랜드마크, 역사적 사건, 그리고 특히 셰익스피어와 초서 같은 영국 문학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 속 인물들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장미에 대한 열정 외에도, 그는 문학에 대한 깊은 사랑을 품고 있었어요. 그의 거실은 다양한 책들로 가득 찬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1988년에는 The Heritage of the Rose를 시작으로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고, 2014년에는 자신의 삶과 자연 사랑을 담은 시집 The Breathing Earth까지 펴냈어요.
장미 = 살아있는 문학. 그의 관점이 그대로 담겨 있는 작명 철학이죠.
🏅 세계가 인정한 유산
2003년, 데이비드 오스틴은 원예에 대한 공헌으로 왕립원예학회(RHS)로부터 빅토리아 메달 오브 아너(Victoria Medal of Honour)를 수상했으며, 왕립전국장미학회(Royal National Rose Society)로부터 딘 홀 메달(Dean Hole Medal)을 받았습니다. 2007년에는 원예 분야 서비스로 영국 제국 훈장 OBE(Officer of the Order of the British Empire)에 임명되었습니다. 2010년에는 "세계 위대한 장미 전문가(Great Rosarian of the World)"로 선정되었습니다.
첼시 플라워 쇼와 RHS 햄프턴 코트 팰리스에서 30년 이상 전시를 이어오며 현재까지 46개 이상의 금메달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아끼던 품종 'Graham Thomas'는 2009년 세계장미연합(WFRS)에서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미로 선정됩니다.
👨👦 3대에 걸친 가족 사업
1990년 그의 아들 데이비드 오스틴 주니어(David J.C. Austin)가 사업에 합류하며 함께 데이비드 오스틴 로지스를 유럽, 일본, 미국에 사무소를 둔 세계적인 사업체로 발전시켰습니다.
현재는 손자 리처드(Richard)까지 3대가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데이비드 오스틴이 2018년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브랜드는 계속 새로운 품종을 선보이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 잉글리시 로즈란 무엇인가
데이비드 오스틴이 만들어낸 '잉글리시 로즈'는 단순한 품종명이 아니라 하나의 카테고리예요.
| 꽃 형태 | 풍성한 꽃잎, 컵·로제트·묶음 형태 |
| 향기 | 강한 올드로즈 향, 다마스크·머스크·과일향 등 |
| 개화 | 사계절 반복 개화 |
| 색상 | 아이보리·핑크·옐로우·레드·라벤더 등 풍부한 팔레트 |
| 크기 | 소관목~덩굴장미까지 다양 |
현대 장미의 실용성에 올드로즈의 낭만을 입혔다는 점이 핵심이에요.
💡 데이비드 오스틴 장미가 특별한 이유
1. 꽃잎 수가 다르다 일반 하이브리드 티가 25-30장이라면, 잉글리시 로즈는 40-140장에 달하는 품종도 있어요. 이 풍성함이 "올드로즈 같다"는 인상을 주죠.
2. 향기에 진심이다 다마스크, 머스크, 프루티, 올드로즈, 미르(myrrh) 향 등 다양한 향 계열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육종합니다. 비향 품종을 거의 출시하지 않아요.
3. 이름 하나하나에 스토리가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속 인물, 영국 역사적 인물, 문학 캐릭터, 가족… 이름을 알면 장미가 더 깊어져요.
4. 꽃다발용 컷로즈도 개발했다 정원 장미의 성취를 재현하겠다는 야심으로, 데이비드 오스틴의 장남이 15년간의 육종 프로그램을 이끌며 화훼 산업을 위한 새로운 컷로즈 컬렉션을 탄생시켰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웨딩 플로리스트들이 열광하는 Juliet(줄리엣), Patience(페이션스) 등이에요.

🌍 한국 정원에서의 데이비드 오스틴
데이비드 오스틴 장미는 영국 기후(서늘하고 건조)에 최적화된 만큼, 한국의 고온다습한 여름과 겨울 한파는 관리의 도전 과제가 됩니다.
관리 난이도 현실적 평가
| 내병성 | ★★★☆☆ | 습도에 민감, 흑반병 주의 |
| 내서성 | ★★☆☆☆ | 한여름 직사광선 차광 필요 |
| 내한성 | ★★★★☆ | 겨울 월동은 비교적 가능 |
| 향기 | ★★★★★ | 최강 수준 |
| 초보 추천 | ★★☆☆☆ | 로사 오리엔티스 대비 높은 난이도 |
한국에서 키우려면 통풍과 배수가 핵심이에요. 장마철 흑반병이 가장 큰 적이니, 예방 약제 살포와 잎 관리가 필수입니다.
🌟 마치며
데이비드 오스틴이 이루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예쁜 장미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어요.
잊혀져가는 올드로즈의 영혼을 현대로 불러오는 것.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단 한 철이 아니라 계절마다 다시 돌아오도록 하는 것.
그는 "매일, 장미를 기르는 삶을 살게 된 행운에 감사한다. 내 장미들이 전 세계 정원사들과 장미 애호가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만족이다"라고 말했습니다.
92년의 삶 동안 200여 품종의 장미를 세상에 내놓고, 장미라는 식물에 '영국적 낭만'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부여한 사람.
데이비드 오스틴은 장미의 역사를 다시 썼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과 댓글로 알려주세요 :)
'식물 재배와 마당 가드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화분 텃밭 레이아웃 설계법 - 14개에서 10개로 줄인 이유 (0) | 2026.02.28 |
|---|---|
| 로사 오리엔티스 품종 추천 7가지 | 초보도 키우기 쉬운 사계절 장미 (1) | 2026.02.17 |
| 봄 정원 색채 계획: 조화로운 컬러 디자인 가이드 (0) | 2026.02.14 |